본문 바로가기

이슈

옛날엔 임신하고 밭일하고 다했어

결혼한지 한달 된 신혼부부입니다.
아이는 2년정도 후에 가질 계획인데 가끔 남편 얘기를 들어보면 쎄해요.
임산부를 폭행했다는 기사를 봐서 제가 어디 감히 임산부를 폭행하냐 이런 말을 하면,
“임산부라고 특별할게 있나. 똑같은 사람인데. 옛날엔 임신하고 밭일하고 다했어” 라는 말을 합니다.
이게 한번이 아니라 임산부 얘기가 나오면 옛날엔 막달에도 밭일했다 라는 말이 자주 나옵니다.
물론 몸 무겁고 힘들겠지만 밭일할수 있을 정도는 된다라는 뜻으로요.
그렇게 임신하고 밭일하고 산후조리 못해서 지금의 할머니들 다 골병드시고 허리 굽고 몸 엉망인거라고, 그렇게 옛날스타일이 좋으면 왜 오빠는 핸드폰 쓰냐고 비둘기 조련해서 전서구 날리라고 해도 웃고 말아요.
임신과 출산이 100프로 안전하고 아무일 없는것도 아니고 각종 합병증이나 출산때 겪을 수 있는 위험상황들, 출산 후에 따라올 수 있는 몸의 변화들을 쭉 나열하려 하면 듣기 싫어합니다. 잔인한 얘기 듣고 거부감 느끼듯 그런 반응을 보여요.
저도 잔인하고 무서운 얘기 듣기 싫지만 제가 직접 겪어야 하는 일이고 어치피 이이 낳고 싶어서 낳을거지만 알고 낳아야 한다 생각해서 일부러라도 찾아보고 알아두는 편인데, 남편은 그냥 들으면 무섭고 듣기 힘드니까 안들으려고 알아두지도 않으려고 덮어놔요.
임신과 출산을 힘들긴 하지만 버틸만한 것, 남들 다 별탈없이 잘만 하는것으로 치부할까봐 걱정도 되고 제대로 위험을 알지도 않은 상태에서 일단 낳고보자, 설마 우리한테 별일 생기겠어? 하는 생각이라면 애 낳고싶지 않아요.
물론 요즘은 많이 안전하다고는 하나 여전히 출산중 사망이나 의료사고도 많고 임신중 압박으로 장기가 망가져서 평생 투석받는 사람도 있고요.
무통주사 맞다가 하반신마비된 경우도 봤고 남들 다 하는거지만 남들 다 목숨걸고 낳는거라 생각해요.
저도 마찬가지고.. 그런데 남편이 안일하게 생각하는데 제가 굳이 목숨걸고 앞일 모르면서 희생하고 낳고싶지는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