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고교 동창녀석이 제게 연락을 했습니다. 좀 볼수있겠냐고.
동창이라곤 해도 실은 같은반이었던 적도 없는, 친구 몇다리를 건너 알게된 그리 친하지는 않은 친구였죠. 실제 여러친구들과 같이 만날때 어울렸던 적들이 있을뿐이지, 둘이 만난적은 단한번도 없었습니다.
그런 녀석이 뜬금없이 연락을 해서 보자고 한다, 그럼 자연히 뭔가 실리적인 용건이 있겠거니 싶죠.
일단 나갔습니다. 좌우간 싫지않았던 친구였거든요.
역시 돈이 필요했더군요. 그리고 전 바로 다음날 천오백을 계좌로 이체해줬습니다.
거절을 못하는 성격이라거나 그런건 아닙니다. 제가 빌려주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크게 세가지였는데
1. 친하진 않았지만 어릴때부터 보아온 그리고 들어온 바로는 어려운 가정에서 자란 아주 성실하고 착한 친구라는 점.
2. 그리 친하지않은 나한테까지 찾아와 창피함을 꾹 눌러참는것이 표정에 다 보이는 절박함을 외면할수 없었다는 점.
3. 돈이 얼마나 왜 필요한지, 나한테 오기전 어떤 노력을 했고 얼마나 융통했고 얼마가 더 필요한지, 그리고 어떻게 해서 갚아나갈것인지를 아주 상세하고 진정성 있게 얘기해줬다는 점
이후 이친구는 매달 20일을 전후해서 돈을 보내왔습니다. 적게는 10~20만원, 많게는 70~80만원.
적을때는 왜 적은지, 입금이 좀 늦어질때는 왜 그런지, 전화해서 일일히 설명하는 친구에게
그럴 필요없다고, 믿으니까 무리하지말라고.
그러자 그뒤로는 메일을 보내더군요. 그런거까지 알려줄 필요는 없는데.. 싶은 내용들이 정성스럽게 적혀있습니다.
전 단한번도 연락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돈문제 떠나서 어떻게 사는지 한번 만나 얘기해보고싶기도 했지만, 이친구 입장에서는 그게 채권자의 압박으로밖에 느껴지지않을테니 잠자코 매달 들어오는 돈과 이메일로 친구의 생사 확인만 했을뿐이죠.
그렇게 3년이 지났네요. 남은 액수는 80.
최근 1년여간은 액수가 적은적도 입금이 늦어진적도 거의 없어서 메일은 뜸했었죠.
오늘 그 마지막 80만원이 입금됐습니다. 굉장한 장문의 메일과 함께.
메일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이자는, 언제든 내도움이 필요할때 마음껏 가져가라”고.
방금 3년만에 처음으로 제가 먼저 연락을 했습니다.
막상 전화하니 좀 뻘쭘해서 일단, 주말 비워둬라 술한잔하자. 이말만 하고 끊었네요.
아마 밤새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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